소동기
없는 해를 향해 새가 날아오른다 부리에는 주렁주렁 벌레들 일단, 이 창틀에 누운 축들은 저들이 어느 권솔인지 묻나니, 가는 다리들 허공을 바스러뜨릴 듯 노려보며
물기도 온기도 없는 것들이 우는 것 나는 것을 향해 묘지 된다
속을 보려 할 때 냉장고는 빛을 뿜었고 열을 냈었다
행복은 개라도 느낄 수 있다고 했지, 개만도 못한 너와 나
쌀 없는 방의 의자 위에 네가 올라서면 무릎을 쳐다보며 덜덜 떨었던 나
취소야! 취소야! 취소야, 부탁이야
그대는 거기서 내려오라……
풀들은 공간을 향해 돌진했다가 바닥을 향해 떨어진다 봄비와 천둥이 눈과 즙으로 번개 모양의 곰팡이로 연설할 때, 빙글대는 춤이 앞뒤로 날름댈 때, 달려가는 것은 인간, 순간에, 녹색 혀를 잡은 나비가 그 모습대로 자신을 찍어내듯, 일곱째 날이다, 여덟째 날이다, 저기서 떠 오는 그대의 얼굴, 사랑했던 얼굴 위로, 그토록 증오했던 원수의 시선이
겹쳐 말린다 말라가는 잎사귀처럼 펼쳐지는 잎사귀처럼
너 원수야, 의자는 평안히 네 몸을 받치고 있다
의자는 우리의 입을 가리키고 있다
선언 없이 취소 없이, 의자는 나무 되어 우리 입에 축사를 던지는 중
우리의 입 저 공중아
너의 손짓이 가리키는 내 입, 내 손을 더듬는 네 입, 흙을 먹듯이 땅을 핥듯이
멈추려 해도 우리의 장면은 잠시뿐, 순간이동
하고 싶어 시간여행 하고 싶어, 어디든 갈 태세로 의자를 넘어뜨린 네가 잘 마른 침대에 뛰어들어 옛날 먼 곳의 냄새를 맡으며 희미해진 다음, 너도 의자도 날개에 깔려 일어날 줄 모르고
꺼진 불처럼 꺼진 다음 켜지지 않는 불처럼
넌 베개를 잡고 벌레의 꿈을 꾸니? 잠꼬대하니?
이 산은 우리의 것이고
이 골목은 우리의 것이고
아니고
누구의 것이야? 너무 많은 네 눈, 어디서 누구에게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날개를 접거나 펴며
자연이 정치를 시작하자 구름은 흩어진다 약속은 깨진다
너는 꿈 밖에 나타나지 않았고 별들만 너를 본다
전쟁보다 좋은 높이
폭격과 재해로 무너지는 상상을 어디서 얻었던가
세계의 형상 고통스럽다
처마 밑 새들의 부리마다 빛이 발리고 그것은 명령한다 얼굴은 흩어지고 팔은 흔들린다 무엇을 하기로 했지? 잠기 기다리기로 했어? 해는 늘어난다 하늘에 기어오르는 띠로, 저건 누가 긋는 선이야? 우리야, 황도로 합류하는 파멸들 핵융합 도관으로 파랗게
파랗게, 먼 옛날의 퇴근 시간 가까워질수록 세계는 밝아진다 그리고 저기 앞바다로 뛰어들면서
구름은 흩어진다 약속은 깨진다 전쟁이 한 번 더 나면 세계는 찾아내야 할 것이다 해변을 헤집어야 할 것이다 웃지 못할 것을 들어 보여야 할 것이다 많은 길로 통하는 머리칼을 붙들고 태어나는 머리통들, 해골들을 뽑아내면
모래톱 구멍에서 인광을 뿜고 있는 화면 화면들, 쓸려온 회전포탑들, 돌이키려고, 돌이키려고 철을 물고 씹어보는데
이 도로는 평화롭다 어제로 빨려들듯이
폭탄이라도 떨어졌으면
빛 속에서 모두 아아, 하는 입 모양과 함께
사라진다면, 흡혈귀처럼
잠꼬대야, 그대는 거기서 내려오라……
그날 밤 거기선 난간의 푸르스름한 광택이 잡히지 않았다 발밑 깜깜한 집 가난한 사람도 독실한 사람도 회전하는 우주의 품에 안겨
어두운 육신에 붉은 닻들이 점점이 처박혀 꺼져가는구나, 패배한 믿음의 증거들로
이 종족을 어떻게 한단 말이야, 자신을 뱉어내려 하는
귀신 들린 종족을? 잘도 칫솔질까지 한 거 아니야, 가라앉는 거 아니야, 없는 꼬리를 만지면서 말이야, 봐라, 머리부터라면 어쨌든 솟아오르는 거 아니야
아니고
붙잡힌 빛은 사라진다 사라졌던 빛은 손등을 쓸고 난간의 논리는 손 안에서 또렷해진다 오르라고 만들었으니 그다음엔?
그다음엔 아직 차지 않은 달이, 그어진 철로에 뿌렸던 빛을 감아올린다 빛은 취소되지 않는다 집념이라도 있는 듯이, 뱀 대가리처럼 일어나는 궤도가 빙글대는 허공을 향해 뻗쳐오르기 시작했다
역사가 뒤집혀 구르는데 시가는 소란스럽지 않았다 난간을 꽉 잡은 채 그다음 광경을 기다리는 중, 그것은 이쪽을 본 것 같았다 그다음엔? 그다음엔 쥐었다 폈다 하며 방으로 내려갔다 개는 꼬리 치지 않았다 구름 많은 밤에
우리를 우리가 되게 하는
엄청난 현실이
물기도 온기도 없는 것들이 우는 것 나는 것을 향해 묘지 된다
속을 보려 할 때 냉장고는 빛을 뿜었고 열을 냈었다
행복은 개라도 느낄 수 있다고 했지, 개만도 못한 너와 나
쌀 없는 방의 의자 위에 네가 올라서면 무릎을 쳐다보며 덜덜 떨었던 나
취소야! 취소야! 취소야, 부탁이야
그대는 거기서 내려오라……
풀들은 공간을 향해 돌진했다가 바닥을 향해 떨어진다 봄비와 천둥이 눈과 즙으로 번개 모양의 곰팡이로 연설할 때, 빙글대는 춤이 앞뒤로 날름댈 때, 달려가는 것은 인간, 순간에, 녹색 혀를 잡은 나비가 그 모습대로 자신을 찍어내듯, 일곱째 날이다, 여덟째 날이다, 저기서 떠 오는 그대의 얼굴, 사랑했던 얼굴 위로, 그토록 증오했던 원수의 시선이
겹쳐 말린다 말라가는 잎사귀처럼 펼쳐지는 잎사귀처럼
너 원수야, 의자는 평안히 네 몸을 받치고 있다
의자는 우리의 입을 가리키고 있다
선언 없이 취소 없이, 의자는 나무 되어 우리 입에 축사를 던지는 중
우리의 입 저 공중아
너의 손짓이 가리키는 내 입, 내 손을 더듬는 네 입, 흙을 먹듯이 땅을 핥듯이
멈추려 해도 우리의 장면은 잠시뿐, 순간이동
하고 싶어 시간여행 하고 싶어, 어디든 갈 태세로 의자를 넘어뜨린 네가 잘 마른 침대에 뛰어들어 옛날 먼 곳의 냄새를 맡으며 희미해진 다음, 너도 의자도 날개에 깔려 일어날 줄 모르고
꺼진 불처럼 꺼진 다음 켜지지 않는 불처럼
넌 베개를 잡고 벌레의 꿈을 꾸니? 잠꼬대하니?
이 산은 우리의 것이고
이 골목은 우리의 것이고
아니고
누구의 것이야? 너무 많은 네 눈, 어디서 누구에게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날개를 접거나 펴며
자연이 정치를 시작하자 구름은 흩어진다 약속은 깨진다
너는 꿈 밖에 나타나지 않았고 별들만 너를 본다
전쟁보다 좋은 높이
폭격과 재해로 무너지는 상상을 어디서 얻었던가
세계의 형상 고통스럽다
처마 밑 새들의 부리마다 빛이 발리고 그것은 명령한다 얼굴은 흩어지고 팔은 흔들린다 무엇을 하기로 했지? 잠기 기다리기로 했어? 해는 늘어난다 하늘에 기어오르는 띠로, 저건 누가 긋는 선이야? 우리야, 황도로 합류하는 파멸들 핵융합 도관으로 파랗게
파랗게, 먼 옛날의 퇴근 시간 가까워질수록 세계는 밝아진다 그리고 저기 앞바다로 뛰어들면서
구름은 흩어진다 약속은 깨진다 전쟁이 한 번 더 나면 세계는 찾아내야 할 것이다 해변을 헤집어야 할 것이다 웃지 못할 것을 들어 보여야 할 것이다 많은 길로 통하는 머리칼을 붙들고 태어나는 머리통들, 해골들을 뽑아내면
모래톱 구멍에서 인광을 뿜고 있는 화면 화면들, 쓸려온 회전포탑들, 돌이키려고, 돌이키려고 철을 물고 씹어보는데
이 도로는 평화롭다 어제로 빨려들듯이
폭탄이라도 떨어졌으면
빛 속에서 모두 아아, 하는 입 모양과 함께
사라진다면, 흡혈귀처럼
잠꼬대야, 그대는 거기서 내려오라……
그날 밤 거기선 난간의 푸르스름한 광택이 잡히지 않았다 발밑 깜깜한 집 가난한 사람도 독실한 사람도 회전하는 우주의 품에 안겨
어두운 육신에 붉은 닻들이 점점이 처박혀 꺼져가는구나, 패배한 믿음의 증거들로
이 종족을 어떻게 한단 말이야, 자신을 뱉어내려 하는
귀신 들린 종족을? 잘도 칫솔질까지 한 거 아니야, 가라앉는 거 아니야, 없는 꼬리를 만지면서 말이야, 봐라, 머리부터라면 어쨌든 솟아오르는 거 아니야
아니고
붙잡힌 빛은 사라진다 사라졌던 빛은 손등을 쓸고 난간의 논리는 손 안에서 또렷해진다 오르라고 만들었으니 그다음엔?
그다음엔 아직 차지 않은 달이, 그어진 철로에 뿌렸던 빛을 감아올린다 빛은 취소되지 않는다 집념이라도 있는 듯이, 뱀 대가리처럼 일어나는 궤도가 빙글대는 허공을 향해 뻗쳐오르기 시작했다
역사가 뒤집혀 구르는데 시가는 소란스럽지 않았다 난간을 꽉 잡은 채 그다음 광경을 기다리는 중, 그것은 이쪽을 본 것 같았다 그다음엔? 그다음엔 쥐었다 폈다 하며 방으로 내려갔다 개는 꼬리 치지 않았다 구름 많은 밤에
우리를 우리가 되게 하는
엄청난 현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