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난 것
강가다. 햇살이 물결 위에서 잘게, 차갑게 부서지고 있다. 기계서기들을 통해 임무 결과를 확인했다. 어조가 그게 뭔가? 지나치게 슬퍼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다.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내가 돌아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곧 그들에게 도달한 악마일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나는 안 돌아가지 않았다. 돌아가다 말았다고는 할 수 있겠지만, 여하간 나는 돌아왔다. 이걸 엄밀하다고 해도 되겠나? 나는 이제 시간에 대해서는 영 알 수 없게 돼 버렸다. 만사를 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는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아무나 붙잡고 하고 싶다. 나는 언제나 보던 그 강가에 있고, 강가의 사람들과 개들을 보고 있다. 나는 그들 말의 반절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쓸쓸하지 않다. 나의 머릿속은 세차게 작동하고 있다. 끝없이 내게 말을 걸어 오는 것이 있음을 나는 안다.
악마란 미래에서 오는 사건이며, 예언의 반대편에 있다. 그래서 악신엔진이 뭐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답할 것이다. 후손들이 만들어낸 것은 그런 사건을 만들어 내는 엔진이다. 그러니까 그 신호기가 악신엔진이 맞다. 그것은 처음에 상자였지만, 쪽지와 내가 추가되고, 나의 임무가 추가되고, 나의 사고 기록이 추가되며, 내가 없는 방이 추가되고... 다음, 다음 사건을 일으키며 자신을 넓혀가는 것이다. 세상이 그에 점점 더 포함되고 있는 것, 악마가 움직인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나는 이 기록이 과연 적절할지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도저히 막을 수는 없다. 나는 이제 이해한다. 어느 정도는, 악마를. 어느 정도는 악마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그런데 그 뜻, 후손들이 헤아려 달라고 했던 일, 악마를 작동시킨 일의 까닭은 무엇인가? 신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악마를 막을 수가 없었던가? 그보다 복잡한 뒤가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일단 어렴풋이 드는 생각 하나는, 악마는 막아야만 하는 종류의 뭔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쩌면 내가 신을 이해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니면? 그때 다가와 말을 건 이가 있었다. 노인이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내가 미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입이 홀쭉한 노인은 두 손을 무릎에 가지런히 올린 채 앞을 보고 있을 뿐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왜 대답이 없어. 그 목소리가 너무나 현실적이었기 때문에 현기증이 났다.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이전의 나로 영영 돌아갈 수 없다는 실감이 들었다. 그제서야. 왜 젊은이가 이 시간에 나와서 그렇게 하고 있냐고. 나는 어서 대답을 해 버리고 싶은 마음에 저항하면서, 노인을 확실하게 봐 두었다. 그로부터 나의 모습을 끊임없이 발견해낼 수 있었다. 저 손은 나의 손이 틀림없고, 저 목도 나의 목이다. 저 어깨도, 저 발도. 저 자세는 나의 자세가 틀림없으며 저 옆얼굴의 굴곡 하나하나가 나의 것이 분명하다. 그의 주름 많은 눈가를 헤아리고 있을 때, 노인은 고개를 돌렸다.
악마란 미래에서 오는 사건이며, 예언의 반대편에 있다. 그래서 악신엔진이 뭐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답할 것이다. 후손들이 만들어낸 것은 그런 사건을 만들어 내는 엔진이다. 그러니까 그 신호기가 악신엔진이 맞다. 그것은 처음에 상자였지만, 쪽지와 내가 추가되고, 나의 임무가 추가되고, 나의 사고 기록이 추가되며, 내가 없는 방이 추가되고... 다음, 다음 사건을 일으키며 자신을 넓혀가는 것이다. 세상이 그에 점점 더 포함되고 있는 것, 악마가 움직인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나는 이 기록이 과연 적절할지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도저히 막을 수는 없다. 나는 이제 이해한다. 어느 정도는, 악마를. 어느 정도는 악마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그런데 그 뜻, 후손들이 헤아려 달라고 했던 일, 악마를 작동시킨 일의 까닭은 무엇인가? 신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악마를 막을 수가 없었던가? 그보다 복잡한 뒤가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일단 어렴풋이 드는 생각 하나는, 악마는 막아야만 하는 종류의 뭔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쩌면 내가 신을 이해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니면? 그때 다가와 말을 건 이가 있었다. 노인이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내가 미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입이 홀쭉한 노인은 두 손을 무릎에 가지런히 올린 채 앞을 보고 있을 뿐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왜 대답이 없어. 그 목소리가 너무나 현실적이었기 때문에 현기증이 났다.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이전의 나로 영영 돌아갈 수 없다는 실감이 들었다. 그제서야. 왜 젊은이가 이 시간에 나와서 그렇게 하고 있냐고. 나는 어서 대답을 해 버리고 싶은 마음에 저항하면서, 노인을 확실하게 봐 두었다. 그로부터 나의 모습을 끊임없이 발견해낼 수 있었다. 저 손은 나의 손이 틀림없고, 저 목도 나의 목이다. 저 어깨도, 저 발도. 저 자세는 나의 자세가 틀림없으며 저 옆얼굴의 굴곡 하나하나가 나의 것이 분명하다. 그의 주름 많은 눈가를 헤아리고 있을 때, 노인은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