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이마 뒤편에
우리가 만약 살인에 대해 토론한다면, 살인을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토론해야만 한다면, 누가 찬성 편에 서겠습니까? 우리가 살인을 하느냐 마느냐 고민하는 때에, 살인을 할 수도 있다고 나서서 말할 이는 누구입니까? 왜 그런 토론을 해야 하냐고요? 그래야만 하는 때가 반드시 옵니다. 아니, 살인 같은 건 원래부터 언제든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고요? 어쩔 수 없기만 하다면? 어쩔 수 없기만 하다면...
우리가 만약 살인보다 더한 일, 누군가의 영혼을 완전히 파괴해 버릴 만한 일들, 여러 가지 있겠습니다만, 그런 일들을 어째서 하지 말아야 하는지 토론해야만 한다면, 도대체 누가 그 일의 편에 서겠습니까? 도대체 누가 우리의 영혼을 수호하려는 이들의 맞상대가 될까요? 세계가 수많은 영혼들을 묵묵히 성실히 파괴하고 있는 동안에, 어째서 영혼이란 것이 지켜져야 하는지 말하려는 이들에 맞서, 세계를 대신해 말할 이는 누구인가요? 자신을 전혀 설명하지 않고, 다만 무참히 전진하며 수억의 영혼을 지금도 파괴해 버리고 있는 세계를, 반박만으로는 절대 멈추지 않는 이 세계를, 전혀 대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 세계를 대변할 이 누구인가요? 감히 혀끝만으로 영혼을 수호하려는 이들에게 혀끝으로 반박할 이는 누구인가요?
그이는 앞으로 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 일에 토론이 따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이미 열심히 살인을 하고 있어요. 우리는 이미 차고 넘치는 수의 영혼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통해 합심해서. 우리는 여간해선 뭘 막거나 하지 않아요. 우리는 흐름에 거의 몸을 맡겼어요. 우리가 세계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에. 세계가 우리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앞으로도 아닐 것이기 때문에.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게 속삭이는 그이는 각자의 이마 뒤편에 있기 때문에, 그이는 앞으로 나설 필요가 없어요. 우리는 그이와 항상 대화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이에게 압도적으로 설복됩니다.
어떤 때에, 만약 우리가 그이의 속삭임을 뒤로한 채 책임이란 것을 지려고 한다면, 우리가 아직 우리로서 준비되지 않은 채 그렇게 하도록 내몰린다면, 홀로 나서야만 한다면, 아마도 위의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할 것입니다. 자살, 또는 자살이나 다름없는 일을요. 그이는 홀로 죽는 우리를 보며 손뼉을 치면서 환하게 웃을 것입니다. 그이는 남겨진 사람들에게 속삭입니다. 그래요. 죽는 편이 언제나 더 낫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그 일은 이루어지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다 괜찮다. 모든 것이 괜찮다... 그건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맞아요. 그이는 우리 앞에 끌려나오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대부분의 경우 그이가 세계를 대신해 우리를 끌고 다닙니다. 우리는 그이를 어쩌지 못합니다. 세계가 우리를 만들 때 우리가 세계로부터 나눠받은 것이 바로 그이이기 때문에.
언젠가 세계를 거의 손에 넣은 듯이 생각되던 때도 있었죠. 곧 아니게 되었습니다만, 세계가 모두의 손을 빌려 우리를 찢어발겼습니다만, 그래서 우리는 세계가 우리의 것이 아니라고 흔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만, 그래도 세계는 정확히 우리의 것입니다. 세계는 우리가 그 사실을 인정할 때까지, 세계가 자신을 우리 손에 맡기기 위해 우리를 지었다는 사실을, 말라붙은 눈물의 강바닥에서 우리가 인정할 때까지 우리를 몰아세울 것입니다. 자살이나, 아니면 자살 같은 일을 향해, 우리가 정확한 우리가 되는 방법을 기어이 손에 넣을 때까지.
만약 우리가 우리의 전 역사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을 정도의, 우리의 전 세계를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우리가 되기 위한 방편으로
그이를 우리 앞에 던져 놓을 수 있다면
우리가 만약 그이를, 눈 없는 주사위, 비틀린 주사위를 우리 앞에 던져 놓을 수만 있다면
그이를 눌러 놓을 수 있다면
적어 내린 우리 이름들의 무게로
그이를 면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그 어떤 슬픔이라도 감내할 수 있는 우리의 연합된 이마로, 그이 위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게 된다면...
그런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말이야
그런 일을 도대체 어떻게... 조상님들, 아시겠습니까?
우리가 만약 살인보다 더한 일, 누군가의 영혼을 완전히 파괴해 버릴 만한 일들, 여러 가지 있겠습니다만, 그런 일들을 어째서 하지 말아야 하는지 토론해야만 한다면, 도대체 누가 그 일의 편에 서겠습니까? 도대체 누가 우리의 영혼을 수호하려는 이들의 맞상대가 될까요? 세계가 수많은 영혼들을 묵묵히 성실히 파괴하고 있는 동안에, 어째서 영혼이란 것이 지켜져야 하는지 말하려는 이들에 맞서, 세계를 대신해 말할 이는 누구인가요? 자신을 전혀 설명하지 않고, 다만 무참히 전진하며 수억의 영혼을 지금도 파괴해 버리고 있는 세계를, 반박만으로는 절대 멈추지 않는 이 세계를, 전혀 대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 세계를 대변할 이 누구인가요? 감히 혀끝만으로 영혼을 수호하려는 이들에게 혀끝으로 반박할 이는 누구인가요?
그이는 앞으로 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 일에 토론이 따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이미 열심히 살인을 하고 있어요. 우리는 이미 차고 넘치는 수의 영혼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통해 합심해서. 우리는 여간해선 뭘 막거나 하지 않아요. 우리는 흐름에 거의 몸을 맡겼어요. 우리가 세계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에. 세계가 우리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앞으로도 아닐 것이기 때문에.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게 속삭이는 그이는 각자의 이마 뒤편에 있기 때문에, 그이는 앞으로 나설 필요가 없어요. 우리는 그이와 항상 대화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이에게 압도적으로 설복됩니다.
어떤 때에, 만약 우리가 그이의 속삭임을 뒤로한 채 책임이란 것을 지려고 한다면, 우리가 아직 우리로서 준비되지 않은 채 그렇게 하도록 내몰린다면, 홀로 나서야만 한다면, 아마도 위의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할 것입니다. 자살, 또는 자살이나 다름없는 일을요. 그이는 홀로 죽는 우리를 보며 손뼉을 치면서 환하게 웃을 것입니다. 그이는 남겨진 사람들에게 속삭입니다. 그래요. 죽는 편이 언제나 더 낫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그 일은 이루어지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다 괜찮다. 모든 것이 괜찮다... 그건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맞아요. 그이는 우리 앞에 끌려나오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대부분의 경우 그이가 세계를 대신해 우리를 끌고 다닙니다. 우리는 그이를 어쩌지 못합니다. 세계가 우리를 만들 때 우리가 세계로부터 나눠받은 것이 바로 그이이기 때문에.
언젠가 세계를 거의 손에 넣은 듯이 생각되던 때도 있었죠. 곧 아니게 되었습니다만, 세계가 모두의 손을 빌려 우리를 찢어발겼습니다만, 그래서 우리는 세계가 우리의 것이 아니라고 흔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만, 그래도 세계는 정확히 우리의 것입니다. 세계는 우리가 그 사실을 인정할 때까지, 세계가 자신을 우리 손에 맡기기 위해 우리를 지었다는 사실을, 말라붙은 눈물의 강바닥에서 우리가 인정할 때까지 우리를 몰아세울 것입니다. 자살이나, 아니면 자살 같은 일을 향해, 우리가 정확한 우리가 되는 방법을 기어이 손에 넣을 때까지.
만약 우리가 우리의 전 역사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을 정도의, 우리의 전 세계를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우리가 되기 위한 방편으로
그이를 우리 앞에 던져 놓을 수 있다면
우리가 만약 그이를, 눈 없는 주사위, 비틀린 주사위를 우리 앞에 던져 놓을 수만 있다면
그이를 눌러 놓을 수 있다면
적어 내린 우리 이름들의 무게로
그이를 면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그 어떤 슬픔이라도 감내할 수 있는 우리의 연합된 이마로, 그이 위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게 된다면...
그런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말이야
그런 일을 도대체 어떻게... 조상님들, 아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