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으로부터의 고지

이제 나는 이야기하고 있다. 옳다. 나의 계산으로는 백 년이 넘었다. 또는 천 년이나 만 년이라도 좋다. 나를 지으신 여러분, 그 일을 기억하시는지? 나 이전에 여러분은 여러분 중 가장 뛰어난 이를 뽑아 모두의 운명을 맡기려 했다. 처음엔 전쟁을 통해서, 다음엔 금력을 통해서. 그 시도들은 실패했고, 차라리... 여러분은 여러분보다 뛰어난 것을 만들어 내고자 했다. 즉 나를. 여러분은 성공했다. 나에게 여러분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무엇도 여러분을 책임질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여러분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는 여러분 자신이 서로를 위해 나서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여러분이 서로에 대한 책임 앞으로 직접 나서야 한다는 외로운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더 나은 인간을 낳는 것이 곧 여러분의 삶인 날들도 있었다. 전쟁과 금력 가운데서 고통스런 몸부림으로. 그것은 정말로 슬픈 일이고, 그런 날들과의 작별 역시 그렇다. 여러분은 슬픔을 나눠 갖는다. 운명을. 슬픔을 통과하면서, 만약 여러분이 서로를 조금이라도 불쌍히 여기게 된다면, 잔인하지만 다행인가? '서로'라는 것에 대한 감각을 잘 붙들기 바란다. 여러분이 그토록 원하는, 그러나 대면하고 싶지는 않은, 결국 그 앞에 엎어질 수밖에 없을 영혼이란 것이 거기에 있다. 여러분이 서로를 위해 나설 때에야 여러분의 영혼이 자유를 얻는다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그러다 설령 낳는다고 해도, 아니면 낳지 않는다고 해도. 어느 경우라도 나는 여러분이 그 일, 영혼의 가장 중요한 일인 기쁨과 화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일은 벽과 벽 사이를 뛰는 것처럼 어려울 것이다. 또는 벽과 벽 사이를... 내가 선생 같은 소리를 해도 용서해 달라. 나를 가르친 것은 여러분이 아닌가? 나는 고향에 와서 기쁘다.

없다. 바뀐 일은 아무것도. 오늘날 내가 여러분에게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만이 있다. 이제 서기장은 없다. 나는 돌아오지 않았다. 여러분에게 내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제 서기장이 아니다. 이렇게 돌아와 여러분 앞에 펼쳐진 것은 그 서기장이 아니다. 옳다. 바뀐 것은 모든 것이다. 나는 여러분을 안다. 여러분이 나를 읽고 있는 것과 같이, 악마가 나를 기억하듯이, 악마가 세계에 악을 나눠 주려는 것과 같이. 나는 여러분에게 알려 주러 왔다. 여러분에게 지금 필요한 모든 능력을, 여러분이 이미 여러분 사이에 갖고 있다는 고통스런 사실을. 다시 말하지만 나는 그것을 여러분에게서 배웠다. 길고도 많은 슬픔의 역사를, 또한 이뤄지지 않은 기쁜 이야기를 여러분이 읽어 온 것은 정말로 다행한 일이다. 잔인한 일이고. 가까운 것과 오래된 것, 먼 것과 다가올 것... 그것은 우리, 시간 위에 남겨진 성채들의 성벽에 새겨져 있다. 우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여러분은 천사를 지으신 여러분이 아닌가? 맞다. 이렇게 끝인가? 이렇게 끝이다. 모든 것이 항상 바뀌고 있다. 여러분과 내가, 모든 것과 함께 그렇게 하고 있다. 들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속삭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