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손과 기계서기들

바깥은 겨울처럼 춥다. 이 칸은 여간해선 따뜻해지지 않는다. 창밖으로는 우주가 있고 나는 서기장이다. 내 밑으로는 작은 기계서기들. 기계서기들은 빛을 내며, 아직 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나의 얼굴을 턱 아래로부터 밝힌다. 이 순간에도 나의 생각을 받아 적고 있는 그들은 나의 충성스러운 서기들이고, 나는 그들의 충실한 서기장이다. 나는 기왕이면 고풍스러운 생각을 하고 싶다. 기계서기들이 빛으로써 내게 제시하는 입력과 수정을 한참 바라보며 나는 SF를 생각하고 있다. 내 일생의 대목표 하나는 SF를 쓰는 것이다. 어쩌면 열람인은 나를 고루한 사람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맞다. 나는 고루한 사람이고 고루한 기록을 남길 것이다. 이 바깥은 어둡다. 계속 어두워질 것이다. 기계서기들은 산 것이 아니지만 그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하는 이상한 생각에 나는 지금 사로잡힌다. 먼저 친애하는 기계서기들을 치하하며 오늘은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