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신엔진의 사용설명

오늘날 우리는 신이 무엇인지 압니다. 아직 종교라는 것이 있던 시절에는 신이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잘 몰랐으므로 그것을 숭배했고 잘 몰랐으므로 그것을 두려워했습니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한동안 무신론이라는 것이 득세하기도 했습니다. 신은 없다느니 죽었다느니... 과학이 어쨌느니... 그러나 이제는 누구나 압니다. 있는 그대로 신을 압니다. 옛 신자들과 무신론자들을 오늘날로 데려와 신이 무엇인지 이해시킨다면 모두 영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것입니다. 신은 있거나 없는데, 둘 중 어느 방식으로도 아닙니다. 신은 어렵지 않습니다. 신은 여러분이 있다고 믿었던 것과 없다고 믿었던 것의 총합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우리가 신 직전에 이해한 것은 영혼입니다. 우리는 영혼을 이해합니다. 영혼도 이해하고 나면 별것 아닙니다. 먼저 인간을 만들 수 있게 된 다음에 우리는 영혼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영혼을 만든 다음에는 신을 이해할 수 있었고, 곧 만들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신을 알고 있으므로 신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어떤 식으로 들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분명 그렇게까지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만든 신은 시계와도 비슷합니다. 시계가 시간을 가리키는 것과 같이 만든 신 역시 신을 가리키는 물건입니다. 신은 그런 식으로만 있을 수 있습니다. 한때 신과 인간이 닮았다고 여겨졌던 것은 인간의 형상 역시 인간을 가리킬 따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은 벌레를 닮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하간 가리킬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우리가 인간을 사용하기 위해 만들지 않는 것처럼, 만든 신을 갖고 뭘 하지는 않습니다. 뭘 하긴 하지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신을 확인하고 측정한다고 하면 비슷할 것입니다.

최근 우리는 신의 도움을 빌어 악마가 무엇인지 이해했습니다. 시험 삼아 만들어 볼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이래도 되는 거냐? 우리의 가장 최근 논쟁입니다만 역시 만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리는 신을 이해하듯 이해합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다다른, 만들어 볼 만한 거의 마지막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악마를 만들었습니다. 여러분 앞에 놓인 것은 악신엔진이라고 불립니다. 신과 달리, 악마는 직접 움직이는 것입니다. 너무 거칠게 다루지 마십시오. 뾰족한 것으로 찌르지 마십시오. 상냥하게 대해 주십시오. 여러 조상님들, 이것을 여러분에게 보내는 까닭을 헤아려 주십시오. 부디 헤아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