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우리는 식민지로 가고 있다. 식민지는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이어야 하지만, 그곳은 마땅히 우리의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곳이 우리의 것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것이 아니었던 것이어야만 한다. 집이란 원래가 그런 것이다. 새 집은 우리가 지금 (그곳을 향하여) 떠날 만한 곳으로 있고, 언젠가 우리가 (그곳으로부터) 떠날 만한 곳으로 있다. 식민지는 고향이라는 관념의 부속물이다. 우리는 더 높은 차원의 고향을 위해 고향이 아니었던 곳을 고향으로 만든다. 일테면 테라포밍이란, 모성母星으로 대표되는 세계관-세계의 재현을 뜻한다. 그것은 행성을 바꾸는 일이지만 실은 지구를 고향으로 만드는 일이다. 식민지의 가장 노골적인 형태는 허공에서 회전하는 강철 도시다. 그것은 정거장이다. 또는 개척선이다. 요람이다. 한편 우리는 식민지가 되는 일에 대해서라면 거의 속수무책인데, 그것은 다 죽더라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로 있다. 아마 식민지 되기를 막기 위해 전쟁이라도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는 아니다. 나에게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