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terrestrial
외계-생물체들은 우리의 적이거나 우리의 친구이거나 우리의 신이거나 우리에게 관심이 없거나 우리 아닌 뭔가의 신 또는 악마로 있다. 경우에 따라서 그것은 미래의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그들의 어떤 등장이든 우열축과 우호축의 상하좌우 좌표 속에 위치시킬 수 있다. 우리가 우리 바깥과 맺게 되는 관계라는 것이 대체로 그 좌표 아래 머물기 때문일 것이다. 외계-생물체는 이전까지의 많은 개념을 대체하며 고안된 상상물이지만, 가장 원초적으로는 완전한 타자(특히 문명과 결부된 의미의)라는 개념을 현현시킨 것이다. 어느 사회가 외계인을 다루는 양상을, 타자에 대한 그 사회의 세계관을 지시하는 것으로 봐도 크게 빗나가진 않는다. 우리는 무시무시한 타자와 생사를 건 투쟁을 벌이거나, 타자와 결국 함께 살 수 있게 되거나, 다 죽은 타자를 발굴하거나, 절대적인 타자에게 이끌리는 것이다. 누군가는 여전히 외계-생물체의 좌표를 흔들어 볼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요즘은 정말로 그걸(외계-생물체, 또는 '타자'를) 발견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지구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에 있기 때문에 아무리 해도 별 감흥이 있기는 어렵다. 나로서는 외계-생물체를 다른 무엇보다, '우리'를 다루는 장르로서의 SF가 지녔던 옛 마스코트로 보고 싶다. 이전까지 신이 과연 인간 신성의 표현물이었다면, 외계-생물체는 인간의 무엇의 표현이었나 물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그 물음 위에서 근대와 현대를 거치며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인간 자신의 외계-생물체성... 이제 그것은 낡아 빠진 열쇠고리 장식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