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력
새턴 로켓의 발사와 바람에 휘날리는 사막의 모래들 사이에는 별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실은 기묘한 것이다. 바로 그 기묘한 생각이 정신력이다. 요즘의 우리 인간-종은 자신들의 활동을 자연현상과 분리시키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실은 이제 막 자신들을 자연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있다고나 할 것이다. 우리는 이른바 정신력을, 약 오천 년 정도, 그야말로 최근 사이 손에 넣었다. 그것의 작용처럼 보이는 일을 애써 찾으려 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그런 것이 있다고 여길 수 있다. 이를테면 정신을 어떤 광물의 결정結晶과 같은 것이라고 해 보자. 어쩌다 보니 이런저런 분자들의 결합 형태와, 그로부터 기인한 특정 신호의 교환 형태가 생겼다는 식으로. 이 정신의 생성물인 문자는 정신 위에 거울 같은 빛을 비추어 폭발적 반응을 더하는 시각 패턴이다. 말 그대로 의미심장한... 이 신화에서 다뤄지는 정신력이란 이 말도 안 되는 현상 전체, 정신이 작용하는 바 그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비유, 말도 안 되는 비유다. 정신의 손을 뻗어 공중으로 컵을 들어 올린다고 하는 이야기를 우리는 써 내려 간다. 그러나 인간의 바깥에서 본다면 만물은 이미 그렇게 되고 있지 않은가? 많은 것들이 이미 공중으로 들어 올려진다. 정신력이란 여기 이 자리에 한 문장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고, 그렇게 하는 와중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이 신화에서는 그러므로 이런 식으로 문답한다. 외계의 문명이 있다면 어째서 우리에게 응답하지 않을까? 그것은 우리가 흩날리는 사막의 모래들에게 응답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혹은, 우리 자신이 어떤 응답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메아리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