宇宙船

우주선宇宙船은 탈것이 아니라 공간이다. 이 신화 속에서 반복해서 도착하는, 우리의 정든 공간이다. 벨트가 있는 조종석과 빛나는 패널들. 위아래로 열리는 문과 차가운 복도. 우리는 에어로크를 지나, 둥근 창밖의 밝은 검음을 본다. 우주선 안에서 우리는 편안하다. 우주선은 마을처럼 친숙한 곳이다. 우리는 우주선의 곳곳을 알고 있다. 우리가 갈 수 있는 곳과 갈 수 없는 곳과 가선 안 되는 곳을 안다. 우리는 우주선에서 잠들고 깨어난다. 식사하고 배설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결국 우주선은 탈것이다. 우주선은 우리를 싣고 시공 속에서 진행한다. 우주선은 자신의 바깥과 상호작용하기 위해 있는 것이며, 우리는 우주선이 자신의 바깥으로 손을 뻗기 위해 싣고 가는 정교한 원격 조종 부품이다. 우주선 안에서 우리는 불안하다. 우리가 우주선을 보고 있을 때 우주선은 반드시, 영혼을 호출해낸다. 우주선 속의 우리와, 우리의 영혼 사이에 처지가 비슷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우주선을 보며 신체라는 공간을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주선은 우리를 반드시 내뱉을 것이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