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조작

정녕 우리가 세계를 만지고 고치고 만들 수 있다면 감각을, 감정을, 마음을, 정신을, 영혼을 만지고 고치고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 신화에서 정신의 조작술操作術은 감정을 조절하는 알약, 세뇌, 사이버 스페이스, 가상현실, 통 속의 뇌 등을 아우른다. 다른 고안들과 마찬가지로 정신조작 역시 여기서는 무참한 현실로서 등장한다. 그것은 존재론이나 인식론의 저편(언어세계)으로 우아하게 비상시켜 주는 날개라기보다는 참과 거짓을 가리는 진실의 입으로 먼저 있다. 좋든 싫든 우리는 그 입을 통과한다. 생활인의 감각을 갖고서. 그것은 우리에게 '진정한 외부'가 있는지 묻는 식으로 작동하지 않고, '진정한 내부'가 무엇인지를 묻는 식으로 있다. 그것은 개인에 대해 가해지는 시험이고, 때문에 개별 인간 사이의 신뢰에 대한 시험이다. 그 입은 우리가 어디까지를 우리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차갑게 시험한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정신병을 가리키고 있다. 정상세계에서 쫓겨나는 친구들을 눈물 속에서 붙들었던 기억들이 이 신화의 온갖 정신조작을 지탱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에게 정신병을 건네주는 세계를 노려보고 있고, 우리를 잘라내는 세계를 노려보고 있다. 분노에 차서 울타리를 넘으며 우리는 생각한다. 우주가 거인의 머릿속인 것과, 우리의 머릿속이 세계인 것 사이에 아무런 차이도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