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현 반려
쪽지에는 이해하기 싫은 소리뿐이다. 신이나 악마가 무엇인지 더 안다는 것이 이제 내게 어떤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나는 노인에게 거의 설득되었던 차였다. 먼저 난 것을 높이는 데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그리고 섬광과 함께,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는 악신엔진이, 악신엔진 밑에는 두 번째 쪽지가 놓였던 것이다. 이런 일은 놀랍지 않다. 이 상자가 문자 그대로의 분명한 악마라면, 과연 놀랄 만한 일이 무엇이겠는가? 내가 처음으로 가지러 갔던 그곳에서도 아마 섬광과 함께 나타났겠지. 그랬을 것이다. 나는 상자에 손을 올리고, 그것이 속으로 속삭이고 있는 것을 안다. 그것이 나를, 나의 생각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나는 엔진의 속삭임을 알아들을 수 없지만 엔진이 나를 듣고 있는 줄은 안다. 나는 엔진에 손을 얹고, 나의 생각을 나의 목소리처럼 듣는다.
믿지 않는 이에게 화가 있습니다. 누군가 그에게 화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불신자 자신이 화를 향해 갑니다. 그 누구의 인도도 없이 스스로 갑니다. 믿는 이들이 나름의 곤란을 향해 가듯이, 믿지 않는 이들 역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믿음이란 믿지 않기와 계속해서 대면하는 일이고, 믿지 않는다는 것은 믿음으로부터 한 번 돌아서는 일입니다. 한 번뿐 아니라 두 번이나 세 번이라도. 믿지 않는다는 것은 파멸을 감내하겠다는 선택입니다. 자신이 실로 어떤 선택을 했는가 언제 깨닫게 되는지와는 별개로, 그것은 믿음을 잃는 일이라기보다는 다시 돌아오는 믿음을 재차 돌려보내는 선택인 것입니다. 믿지 않는다는 것은 그런 일입니다.
당신은 당신을 만든 이들과 같은 말투로 속삭이는군요. 당연합니다. 저는 그들처럼, 그들은 당신처럼... 저는 당신처럼 속삭입니다. 그런가요? 내가 누군지 알고 있나요? 물론입니다. 당신은 서기장이라 불렸습니다. 내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느냔 뜻이에요. 오, 알고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강철로 만들어진 당신! 그건 고약한 농담이에요. 나는 강철 같은 걸로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후손을 만들 수도 없고. 아뇨, 아닙니다. 당신도 만듭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렇겠죠. 어떻게 모를까요! 나의 이야기가 후손들을 만들었다는 듯이 이야기하네요. 맞습니다. 당신이 여기까지 오기 전부터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렇겠죠. 나를 모른다면 그것은 괘씸한 일이죠. 그 말이 바로 맞습니다. 하지만 나는 끝난 게 아닌가요? 이건 다 뭔가요? 어째서 이런 대화가 더 필요한가요? 당신들이 저를 돌려세우는 게 중요한가요? 아뇨 그 반대입니다. 그러면 저를 전도하는 게 중요한가요? 그 반대입니다.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가요? 나는 손을 뗀다. 해가 지고 있다. 다 아는 얘기야. 다 아는 얘기. 나는 엔진의, 나의 목소리가 여전히 소용돌이치는 것을 느낀다. 할 수만 있다면, 당신에게 신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헛소리!
나는 내가 더 이상 누구의 서기장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기계서기들이 여전히 나를 받아 적고 있더라도 그렇다. 우리가 무엇을 확인한다면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그런 것은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나는 내가 우리로부터 떨어져 나왔다는 것을 통감한다. 밤이 되고 있고, 가로등이 켜진다. 그림자가 일어서는 것을 본다.
믿지 않는 이에게 화가 있습니다. 누군가 그에게 화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불신자 자신이 화를 향해 갑니다. 그 누구의 인도도 없이 스스로 갑니다. 믿는 이들이 나름의 곤란을 향해 가듯이, 믿지 않는 이들 역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믿음이란 믿지 않기와 계속해서 대면하는 일이고, 믿지 않는다는 것은 믿음으로부터 한 번 돌아서는 일입니다. 한 번뿐 아니라 두 번이나 세 번이라도. 믿지 않는다는 것은 파멸을 감내하겠다는 선택입니다. 자신이 실로 어떤 선택을 했는가 언제 깨닫게 되는지와는 별개로, 그것은 믿음을 잃는 일이라기보다는 다시 돌아오는 믿음을 재차 돌려보내는 선택인 것입니다. 믿지 않는다는 것은 그런 일입니다.
당신은 당신을 만든 이들과 같은 말투로 속삭이는군요. 당연합니다. 저는 그들처럼, 그들은 당신처럼... 저는 당신처럼 속삭입니다. 그런가요? 내가 누군지 알고 있나요? 물론입니다. 당신은 서기장이라 불렸습니다. 내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느냔 뜻이에요. 오, 알고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강철로 만들어진 당신! 그건 고약한 농담이에요. 나는 강철 같은 걸로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후손을 만들 수도 없고. 아뇨, 아닙니다. 당신도 만듭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렇겠죠. 어떻게 모를까요! 나의 이야기가 후손들을 만들었다는 듯이 이야기하네요. 맞습니다. 당신이 여기까지 오기 전부터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렇겠죠. 나를 모른다면 그것은 괘씸한 일이죠. 그 말이 바로 맞습니다. 하지만 나는 끝난 게 아닌가요? 이건 다 뭔가요? 어째서 이런 대화가 더 필요한가요? 당신들이 저를 돌려세우는 게 중요한가요? 아뇨 그 반대입니다. 그러면 저를 전도하는 게 중요한가요? 그 반대입니다.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가요? 나는 손을 뗀다. 해가 지고 있다. 다 아는 얘기야. 다 아는 얘기. 나는 엔진의, 나의 목소리가 여전히 소용돌이치는 것을 느낀다. 할 수만 있다면, 당신에게 신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헛소리!
나는 내가 더 이상 누구의 서기장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기계서기들이 여전히 나를 받아 적고 있더라도 그렇다. 우리가 무엇을 확인한다면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그런 것은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나는 내가 우리로부터 떨어져 나왔다는 것을 통감한다. 밤이 되고 있고, 가로등이 켜진다. 그림자가 일어서는 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