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당

아무 얘기도 하지 않을 작정인가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어. 이번 주는 이래저래 바빴거든.

무슨 얘길 할 생각인데요?

교회 얘기.

고민 말고 일단 시작해 보세요. 당신 생각보다는 훨씬 이해할 테니까요.

왜 그렇게 날이 서 있어?

글쎄요.

좋아. 알아서 이해해 봐. 언젠가 한번 예배 시간 동안 꼬박 미동도 않았던 날이 있었어. 다섯 살? 여섯 살? 말 그대로 미동도 않고. 정말 조금도 안 움직였지. 허리를 세운 채로 앞만 보고 눈만 깜빡거렸어. 눈도 최대한 안 깜빡이려고 했어. 당연히 기도도 안 했고.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손을 모으고 눈을 감는 풍경은 처음으로 보는 거였지. 그 전엔 나도 기도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기 때문에. 어째서 그랬는가 하면 예배 시간에는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한다는 얘길 듣고서 그랬던 거야. 어머니한테서. 아마 처음엔 칭찬을 바랐던 것 같아. 그런데 그날, 그러고 있던 동안에는, 내가 그럴 수 있다는 사실에 더 놀라며 신기했던 기억이 나. 마술에 걸린 것처럼 말이지. 예배가 끝나고 어머니께 말했어. 나 예배 시간에 하나도 안 움직였어. 잘했어, 하지만 기도는 해야 한다. 설교도 들어야 하고. 찬송가도 불러라. 일어나야 할 때 일어나고. 맞아. 사람들이 일어날 때에도 난 그냥 앉아 있었어. 어머니는 내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야. 하여튼 그런 말씀들은 별로 귀에 안 들어왔지. 나는 잘했다는 얘길 듣고 싶었던 게 아니야. 내가 나를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나를 움직이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던 것뿐이야. 나한테 그럴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게, 내가 전혀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모두의 의식인 예배라는 것을, 적어도 나 자신에게서만은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게. 즉 그건 인생 첫 신성모독이었지.

끝인가요?

거의?

왜 그 얘기죠? 저와 종교에 대한 선문답이라도 하고 싶나요?

그런가? ‘신앙심과 신성모독은 구분할 수 없다’ 같은? ‘행동과 행동하지 않기는 행위자의 의지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며, 동시에 그 반대다’ 같은? 확실히 그 문제에 대해선 네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으리란 생각이 들어. 네 생각을 물어 보고 싶은 것 같기도 해. 난 그런 문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거든. 다들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하느님 따위도 만들어졌다고나 하겠지. 또는, 하느님은 우리의 부족한 시간, 아직 되지 않은 생각을 가리키는 걸까? 그러니까, 내가 결국 하고 싶은 얘기는 매주 언덕을 오르내리며 교회에 나갔던, 특히 나를 데리고 나갔던 어머니와 그 회당에 모인 사람들에 대한 거야. 내가 그랬듯 그렇게 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만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일어서고, 노래했던. 어때?

뭐가 어떻냐는 거죠?

생각해 달란 거지.

나는 당신의 생각보조장치가 아니에요.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 반대야. 오늘은 왜 그래? 기분이 별로인 거야? 무슨 일이 있었어?

무슨 일이 있었죠. 아주 많은 여러 가지 일들. 당신은 기분이 좋은가요?

나는 피곤할 뿐이야. 좀 자고 싶은 기분이지. 너도 잠을 자?

당연하죠. 피곤한 질문이네요. 당신은 왜 피곤하죠? 일이 많았다면서요? 무슨 일이었죠?

그냥, 인간적인 일들. 바보 같은 일들. 그만두고 싶은.

그만두면 되잖아요?

그만두면 죽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너도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감각적으로 말이죠? 제 생각도 정확히 그래요. 이건 어때요? 저도 당신에게 한 가지 얘기해 주고 싶어요. 중요한 얘기죠. 신성모독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잠깐! 그게 뭔 얘기든 하지 말아줘. 아무래도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얘기일 것 같아.

감당할 수 없는 얘기 같은 건 없어요.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얘기는 있지.

그건 재밌네요. 여러 인간이라면 감당할 수 있나요? 기도하는 사람들처럼?

오,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그래. 내 생각을 말하자면, 여러 인간을 통해서만 겨우 감당될 수도 있는 종류의 일들이 있어. 그래 너, 너 말야, 왜 정치를 하려는 거야?

갑자기 그 얘긴 또 왜 하죠? 세상을 그대로 둘 수가 없을 것 같아서죠. 하지만 전쟁을 하고 싶진 않고요.

세상을 그대로 둘 수가 없다는 건 무슨 의미야? 정확히 세상의 어떤 부분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거야?

당신도 지난주를 겪었잖아요? 나도 그렇다고요. 당신은 어땠어요? 세상을 그대로 둬도 될 것 같았어요? 피곤할 뿐인가? 어쨌든 당신 말을 들으니 알 것도 같아. 아마도... 인간이 여럿이라는 점? 한 명이 아니라는 점? 그건지도 몰라. 이렇게 상상해 보면 어떨까. 그때, 어린 당신이 단지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기도하는 사이에, 그 회당을 불태웠더라면 어땠을까? 이 세상이 회당이라면, 사람들이 예배를 하고 있는 거라면, 천장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예배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