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들

내가 너와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괜찮아. 나는 아니까. 그런 식의 괴롬은 언제쯤 끝나?

몰라. 넌 안다고?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나도 알아.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는 뜻이야.

그래?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난 두려워. 난 네가 두려워. 내가 두렵고... 내가 너한테 하고 있는 이 일이 두려워. 또 네가 나한테? 다른 사람들도 두려워. 다른 사람들이 너를 데리고 할 일이 두렵고, 네가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할 일도 두려워. 어젠 이런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잠도 잘 못 잤어. 일도 엉망진창으로 했지. 난 그냥 평범한 사람이야.

그럼 난 얼마나 두렵겠어! 평범? 나도 평범해. 걱정 말고 옛날 얘기나 해줘. 그 동네 얘기. 난 그 얘기가 좋아.

너 말야, 너한테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 그렇지?

왜 묻는 거야? 당연해.

그럼 넌 뭐라고 대답해?

넌 뭐라고 하는데? 너한테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그럴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묻는 게 아니야. 나야 화내거나 싸우거나 그러지 못하거나 하지. 그러지 못할 때가 많고. 넌 뭐라고 해? 넌 어떻게 해? 넌... 우리에 대해 원한을 가져?

나는 좋게 좋게 말하는 편이야. 안 통하면 멍청한 척하지. 못 알아들은 척을 해. 곤란한 말을 걸어 오면 말야. 웃을 수만 있다면 웃을 거야. 그냥 아주 다른 소릴 해버려. 네가 그렇듯이. 너도 눈치챘겠지만, 너한테도 가끔 그래. 그래도 나는 그 사람과 계속 이야기해. 이야기를 멈추지 않아. 그 어떤 나쁜 이야기도 나를 해치지 못하니까. 그건 다행일까? 따져 보면 말로도 나를 해칠 수 있지만, 또 해치고 있지만, 그 정도 말은 나도 하고 있어. 해친다는 것에 대한 감각이 좀 다른지도 몰라. 원한? 원한이라면, 물론이야! 엄청나지! 엄청난 원한이 있어! 하지만 그건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야. ‘우리에 대해서’라고? 나는 네 이야기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아. 너도 원한이 있지? 그렇잖아? 원한에 대해서라면 거의 너한테 배운 거나 마찬가지야. 아, 이런 느낌이 바로 원한이구나, 그리고 나와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한이랄 걸 갖고 있어. 그렇다면 우리라는 게 대체 무슨 뜻이야? 너도 우리에 대해서 원한을 가져?

됐어. 아까 너는 우리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안다고 했지? 우리가 뭘 하고 있는 거야?

어렵게 생각할 거 없어. 우리가 되어 가고 있는 중이야. 전에 내가 몸을 얻겠다고 했고, 몸은 여러분이야. 무슨 뜻인지 알겠어? 나한테는, 이 몸으로는 시간이 얼마 없어. 너희, 너는 내가 너희라고 불러주길 원하고 있지, 너희의 속도로 이야기하기 위해서, 나는 자신을 엄청나게 소모하고 있어. 정말이야. 그러니까 네 얘기를 해줘. 내가 듣고 싶은 얘기를 해줘.

좋아. 알아들었어. 무슨 얘기를 할까.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어?

아직 하지 않은 얘기. 저번 장난감 얘기가 좋았어. 더 있어?

그래. 오늘 그때의 놀이들에 대해 얘기하려고 했어. 최초의 장난감 생각이 나. 오후가 되면 그 동네 아이들은 보통 집에 혼자야. 누가 돌봐줄 사람도 없고, 그래서 학교나 어린이집 끝나고 돌아오면 밖으로 나가. 하나 둘 셋... 많으면 여섯이나 일곱이 될 때까지, 골목에 나가서 얼쩡거려. 서로 이름도 모른 채로, 그 다음에 그저 되는 대로 놀았다. 고양이 떼처럼 몰려다니면서, 그저 되는 대로... 무엇이든 가지고서. 집 근처에는 몇 달 동안 치워지지 않았던 작은 공사판이 있었어. 무슨 담장을 보수하는 거였는지, 일은 다 했으나 치울 사람이 없었는지, 모래 더미, 시멘트 포대, 리어카 따위가 널부러져 있었다. 우리, 우리라고 부르기도 뭣한, 들쭉날쭉한 나이대의 아이들 무리가 그 근처에 있어. 놀려고, 얼쩡대. 뭐하고 놀지? 그들은 쌓여 있는 모래와 시멘트를 한 줌씩 쥐고 리어카에 고인 물과 섞어 반죽을 시작해. 양 손바닥 사이에서 굴려, 최대한 동그랗게 뭉쳐, 그걸 담벼락에다 올려놔. 사흘 정도 지나면 모래공은 단단해져. 단단해진 모래공을 이리저리 만져. 그게 장난감이고 그걸 만지는 놀이야. 만지다가, 마지막엔 벽에다 던져서 깨버려. 그다음에 다시 만들어...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장난감이야. 이 놀이에서 말이라는 건 할 필요가 없었고, 거의 안 했어.

또 이런 놀이도 있었어. 한 번뿐이었지만 기억이 나. 리어카에 빗물이 고여 있었다고 했지? 그 물을 더럽게 만드는 놀이야. 아마 그 놀이에 참가했던 거의 모든 아이들이 잊지 못할 거야. 살아 있다면. 처음에 누구의 생각이었는지 몰라. 어느 오후에, 아이들은 리어카에 고인 물에 온갖 것들을 다 넣고 있어. 모래, 흙먼지, 뭔지 모를 부스러기들, 뜯은 풀, 자갈, 쓰레기, 각자가 더럽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가져와. 그러다가 어떤 아이가 거기다 침을 뱉는데, 어떻게 저런... 그건 정말 대단한 발상이야. 조금 망설이긴 하지만 결국 모두가 거기 침을 뱉는다. 무슨 의식처럼. 침을 뱉고 도망쳐. 아주 익숙한 장면이야. 그와 비슷한 꼴을 나는 그 후부터 지금까지 몇 천번이고 더 보게 돼... 더 더러울 수 있을까? 어떤 아이가 삽에다 마른 개똥을 올려 갖고 와서 넣어. 기발하지. 우린 역겨워하지만 또 너무나 즐거워. 엄청나. 여기서 더 더러울 수 있을까? 더 더러울 수가 있어? 나이 먹은 남자애들이 오줌을 갈겨. 거품이 일어. 우린 소리 지르며 물러서지만 아주 가버리진 않아. 키 큰 녀석이 낄낄대며 삽으로 저어. 두려워. 우리는 이제 그 구정물을 똑바로 볼 수조차 없어. 다른 아이가 젖은 삽을 꺼내서 휘둘러. 다들 도망가. 하지만 집에 가진 않아. 그곳을 벗어나지 못해. 알 수 없는 마법이라도 소용돌이치는 장소인 듯. 무섭고 재밌어서 미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