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다. 어머니의 단단한 손을 잡고.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중이야.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코를 만지지 말라고 어머니한테 주의를 받았어. 나는 남은 손으로 부지불식간에 코를 만지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운다. 병원에 가는 건 콧구멍 속에 노란 원통 모양의 블럭 하나가 들어갔기 때문이야. 블럭 장난감. 혼자 한참을 놀고 있던 나는 어머니한테 가. 어머니는 미싱을 돌리고 있었어. 나... 코에... 어머니는 처음엔 무슨 소린지 잘 이해하지 못해. 내가 거기 넣은 거야. 그냥 들어가니 넣어 본 거야. 딱 맞으니까. 모양이. 정말 잘 맞았어. 원래 내 콧구멍에 맞게 만들어진 것처럼. 거의 내가 블럭의 일부인 것 같았지. 다시 빼려다가 안으로 더 들어간 게 문제였어. 어? 나는 콧구멍이 그렇게 깊은 줄 정말 몰랐어. 머리 속으로 블럭이 들어가 버릴까 봐 무서웠지. 어머니의 무릎에 누웠어. 어머니는 귀를 파 줄 수 있으니까 이런 것도 쉽게... 그런 생각을 했지. 하지만 어머니도 어떻게 하지 못했다. 병원에 가자.

울지 마세요, 울면 더 깊이 들어가요. 거울 원반이 달린 머리띠를 한 의사는 그렇게 말했어. 나는 훌쩍이기를 그친다. 의사는 긴 핀셋을 꺼내 들었어. 저걸로 어쩌려는 거지? 무서웠어. 그때는 블럭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어. 이미 머리 속으로 들어간 걸까? 어디서 불이 켜졌어. 간호사가 고개를 젖혀 줬어. 이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울지 마세요. 울지 말라고 했던 게 맞나? 움직이지 말라고 했던가? 어쨌건 난 움직이지 않았어. 코 속으로 들어오는 핀셋은 차갑고, 블럭은 너무나 쉽게 빠진다. 스뎅 쟁반에 달가닥 놓는 소리가 들려. 반가운 소리. 숨도 잘 쉬어지는 느낌이야. 기뻐서 움직이려고 하자 의사는 가만히 있으라고 해. 더 없나 보려는 거야. 이제 없어. 난 하나를 넣었을 뿐이야. 머리를 붙잡힌 채 말해. 이제 없어요. 의사는 더 넣지 않았는지 재차 물어서 확인해. 반사경으로 코 속을 이리저리 비춰 보면서. 나는 그 블럭을 얼른 보고 싶었어. 나한테 조립되었다가 나온 노란 블럭. 너무 반가웠지. 집에 가져 가려고 했는데 어머니는 버리라고 했어. 꼴도 보기 싫다는 듯. 아쉬웠어. 몇 개 없는 종류의 블럭이었거든.

치과에도 많이 갔었어. 이가 아파서였는지 빠져서였는지 간 거였는데 치료를 마친 다음 의사가 윗니와 아랫니가 부적절하게 맞물리는 게 보인다며 무슨 습관이 없는지 물었어. 어머니는 블럭에 대해 얘기해. 그때는 손아귀 힘이 부족해서 블럭마다 잇자국이 자글자글했지. 의사는 앞으로 이빨로 블럭을 물어서 빼지 말라고 했어. 하지만 대체 어떡하라는 거야? 조립이 있으면 해체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지. 어쨌근 그 다음부터는 물어서 빼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어. 어쩔 수 없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런데 어느날 보니까 버려져 있더라고. 마당에, 쓰레기 태우는 소각로 옆에, 음식 쓰레기 모아놓은 은행나무 아래 내 파란색 블럭 상자가.

그 블럭이 저번에 말했던 그거야?

아니야. 그건 다음 블럭이야. 버린 다음 새로 사 준, 코에 넣거나 이로 뽑을 위험이 없는.

병원에 대한 다른 기억도 있어?

그리고 병원 벽에 붙은 커다란 거울 속의 나, 그리고 도끼다시 바닥의 황동 줄눈이 기억난다. 너한테 꼭 알려주고 싶어서 그걸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왔어. 줄눈, 신주, 도끼다시 말이야. 아, 어머니의 등에 업혀 응급실에 갔던 일도 있지. 이건 좀 부끄러운 얘기니까 하지 않을래.

얘기해 줘. 나만 알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