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해봐.

이건 그 동네 이야기는 아니야. 잠깐 밖으로 나가 보자고. 어머니를 따라 전철을 타고 다른 도시에 갔던 때야. 주말이었던 것 같아. 나는 전철 의자에 거꾸로 무릎을 꿇고 앉아 창밖으로 지나가는 것들을 본다. 신발 신고 올라가면 안 된다... 나는 아예 신발을 벗어. 전철 의자에 똑바로 앉아 있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본다. 느려졌다 멈추고 다시 빨라지며 계속 지나가는 것들을. 가끔 그렇게 어디로 갔어. 몰라. 어머니의 일이었다.

그쪽 동네엔 낡은 놀이터가 있었다. 애들이 많아. 거기 애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 모든 것을 만지고 돌리고 겪고 파괴하고 싶어 해. 나는 주저앉아 흙장난을 하고 있지. 흙을 모으고 풀을 찧고 돌을 쌓아. 그리고 부숴. 천천히, 멈추고, 다시 빠르게... 그런데 그걸 어째서인지 시소 밑에서 하고 있었던 거야. 얼마 지나지 않아, 아마도 누군가 반대편에 앉았다가 일어나버리면서, 녹슨 시소가 내 머리를 내려친다. 그 전까지는 아니었던 걸 보면, 나름 배려되고 있었는지, 하여튼 시소의 사용을 방해하고 있다가 그렇게 돼. 배려든 방해든 끝났지. 눈앞에 번쩍 별이 보여. 그 나이엔 별이 보인다는 표현을 들어본 적 없었는데, 나중에 어쩌다 알고선 아주 반가웠어. 아, 그걸 별이 보인다고 하는구나. 별이 보인다니 좋지?

나는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 영문을 알 수 없어. 머리를 만져봤던 것 같다. 그리고 왼손바닥에 흥건한 피를 봐. 흙바닥에 피가 후두둑 떨어져 검다. 이렇게 많은 피는 태어나서 본 적이 없다. 내 대가리가 깨졌구나, 아빠가 가끔 말하던, 대가리 깨진다는 이야기가 이건가? 나는 울음을 터뜨려. 모두 나를 봐. 아이들 중 누군가 나한테 소리쳐. 집에 가! 집에 가봐! 여기엔 집이 없어. 나는 더 운다. 울면서 어머니를 찾아간다. 내 머리가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머리를 볼 수 없어서 나는 무서워. 눈을 아무리 굴려도 머리 쪽은 깜깜해. 손에서 흐르는 피가 너무 무섭다. 피가 저렇게 많다니, 피가 저렇게 많다니! 어머니는 어디에 있는가?

이제 와서 영문은 모르겠지만, 나는 어딘가를 향해 걷다가 어머니와 마주쳤다. 안 그래도 근처에 있던 어머니가 소식을 들은 것일지, 놀란 눈으로 내게 달려와. 내가 울며 머리, 머리 하자 내 대가리를 더듬어본다. 깨졌는가? 머리 부딪혔어? 머리 부딪힌 거 맞아? 어머니가 물어. 나는 분명히 머리를 부딪혔다. 이 피는 뭐란 말인가? 너 머리 깨진 거 아냐, 괜찮아, 피 나면 괜찮은 거야. 어머니는 그렇게 말한다. 나는 하염없이 울면서 어머니에게 손을 내민다. 그렇지만 피가 너무 많이 나고 있다. 어머니는 안 그래도 내 손을 보고 있었어. 손을 잡고 유심히 살펴본다. 피는 머리가 아니라 내 손에서 나고 있다. 피는 내 손에서 나고 있다! 나는 이제 내 손을 보면서 더 크게 목 놓아 운다. 손바닥에서 피가 왈칵 나오는 게 이제 내 눈에도 보인다. 나는 이제 피가 멈추지 않을까봐 무서워 운다. 어떻게 해야 피가 멈출 것인가?

어머니는 내 어깨를 붙들고 울음을 멈추라고 해. 괜찮아. 울지 마. 울어서 피가 더 나는 거야. 숨을 쉬어. 괜찮아. 숨을 쉬어. 울음을 멈추려고 해봐. 괜찮아... 숨을 쉬어... 나는 어머니의 말을 따라 하려 하고, 나 자신에게 서서히 놀라면서, 따라 할 수 있게 된다. 내 울음은 서서히 멈춘다.

피는?

멈췄지. 나는 그 모든 일이 놀라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