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놀이

너까지 그런 소리니? 하지만 그 얘길 들으니 너무 반갑다. 네가 그렇게 말할 날을 기다린 것도 같아. 미안한 얘기지만, 야속하게 들리겠지만, 하지만 반가워. 이제야 너와 친구가 된 것 같아. 용서해줘.

네 그 말도 날 얼마나 낙담시키는지 모른다.

좋아. 나도 그랬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들어봐, 공놀이 이야기를 해줄게.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

그래? 죽고 싶은 느낌이 든다면 잘못 생각하는 게 아니야. 생각이란 건 언제나 잘못이야. 그리고 나쁘지 않아. 출발로는 나쁘지 않아. 전혀 나쁘지 않아. 잘못이 아니야. 미안해. 하지만, 아니야. 미안해.

오늘은 짧게 얘기해줘. 너는 나쁜 친구야.

친구가 됐다는 거지? 미안해. 내 말은, 반갑다는 거야. 친구는 잘못이야. 들어줘. 듣기 싫은 이야기를 계속하는 사람이 되는 걸 용서해줘. 그 동네에 계속 살다가 학교의 첫 해를 다녀. 다니다가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 이건 입학한 해의 이야기야. 아버지가 날 운동장에 데려갔던 날.

조금만 천천히. 나는 죽어 가고 있어.

나도 그래. 그게 무슨 뜻인지 처음 알 때는 힘들어. 이해해. 내가 이해한다고 하는 게 싫어? 미안해. 어쩐지 꼭 내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기분이야. 특히 죽은 친구들 말이야. 천천히 말할게. 길지 않아. 그때는 새벽이었어. 이른 아침이었나? 그렇게 일찍 밖에 나왔던 적이 전에 있었을까? 아버지와 나는 언덕을 내려가. 어머니와는 많이 갔던 길이었어도 아버지와는 처음이었어. 학교는 언덕을 타고 오르는 모양새였다. 후문은 집앞에 있었지만 정문은 언덕을 내려가야 나온다. 정문은 시장 근처에 있어. 시장 기억 나? 사람은 거의 없었고 모든 것이 파르스름했다. 기분 좋게 숨을 들이마셨어. 조금 쌀쌀했어. 아버지는 춥지 않냐고 물었다. 괜찮았어. 냄새와, 정문으로 들어가는 길이 기억 난다. 모든 것이 파르스름했어. 얘기했나? 운동장엔 아무도 없었어. 아버지는 공을 들고 있었어. 나한테 공놀이를 하자고 했다. 이제 나와 아버지는 이른 아침 운동장 한구석에서 최초의 공놀이를 해. 발로 차고 받아. 한참 동안. 곧 숨이 찬다. 나는 웃었던 거 같아. 일요일이었을 거야. 이게 전부야. 나는 죽을 때까지 절대로 그 일을 잊을 수 없다. 네게 하는 이야기는 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야?

그냥 사람이야. 죽어가고 있지. 아버지는 자기 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고 했어. 자기 아버지의 죽음과 자기 어머니의 많은 고생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내 아버지에 대해 궁금해? 내 아버지가 나한테 해준 이야기를 해줄까?

아니야. 오늘은 아니야.

그 옛날 아버지가 태어나고 이틀 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