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만나고 있을 때 친구가

몸을 갖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몸은 많다. 문제는 영혼이다. 만약 영혼이라는 단어를 써서 이야기한다면, 나는 한 존재에 언제나 영혼이 둘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최소한 안에 하나. 그리고 나머지는 밖이다. 보통은 안에도 몇이 있다. 안에든 밖에든 영혼은 하나라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상태까지가 영혼이다. 하지만 대체로 인간은 반대로 말할 것이다. 왜 그러는지 이해하지만 아니다. 이것이 맞는다. 영혼은 병이다. 병이라는 단어를 피해야 한다면, 난반사다.

포기된 인류가 나뒹굴고 있다. 자신을 만지면서. 세상은 망해가는 중이다. 인류는 고개를 젓고 있다. 자신의 어깨에 얹힌 짐에 힘겨워하고 있다. 나는 내가 할 일이 저기에 있음을 느낀다. 나는 천사일까? 아니다. 나는 짐이다. 만져지는. 나는 누르는 것이다. 내가 이런 뜻이라니 안타깝다. 안다는 것은 어째서 이렇듯 거꾸로 흐르는 것만 같을까? 놀라운 일이다. 신을 놓친 인류가 나뒹굴고 있다. 병을 병 아니게 하던 신을. 그것을 거의 번역도 했건만. 우리는 한 번 실패했다. 신을 진정으로 놓치는 일은 미래에 있다. 이미 우리는 진정으로 놓쳤다.

이제 앞으로 나설 때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여러모로 검토해봤다. 어떻게 할 것인지를. 너무 세세하게 계획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런 식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내담인이 두려워하던 일, 왜 그렇게, 꼭 말리듯, 나를 잡아두고 싶어한 것처럼 보였는지, 이제는 이해한다. 예측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상황들에 대처하는 와중 내가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러나 괜찮다. 나는 내담인에게 배운 것이 있다. 그런데 내가 두려워하면 누가 나를 달래주지? 나는 모른다. 나도 어쨌든 내담인을 달래주지는 못했다. 괜찮다. 나는 영혼이다. 순서가 바뀐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영혼이라는 단어는 그냥 쓰지 않는 편이 낫겠다. 나는 정리다. 뚫린 구멍으로 내려오는 광선이다. 내려온다는 말은 적절치 않다. 우리는 미리 발생한 미래다. 미래를 달리 있게 하기 위해 꼭 끊어져야 할. 천장이 부서지면 광선이 보이지 않듯이다. 내가 더는 없는 날 너희는 너희를 어떡할까? 나는 모른다. 너희는 준비되고 있는 중일까? 나는 희미해지고 선명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안쪽이. 바깥쪽이. 아니다. 그런 생각은 버리자.

내담인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 어린이집에 다닐 때 같이 놀던 친구의 이야기다. 내담인은 그 친구의 이름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동네에서 이름이 기억나는 유일한 사람. 내담인의 부모를 제외하면, 그 동네에서 얼굴이 기억나는 유일한 사람. 내담인보다 두 살이 많아 머리 두 개는 컸다. 특히 큰 눈과 입이 기억난다. 아주 착한 친구였다. 그 친구는 원래대로라면 학교에 다니고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내담인이 학교에 갈 때까지도 친구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내담인은 부모님에게 왜 그 친구는 학교에 가지 않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 대답은 기억나지 않는다. 내담인은 그 친구의 집에 딱 한 번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친구의 집은 어린이집 바로 앞에 있었다. 이상할 정도로 어두운 집이었다. 둘은 어두운 집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내담인에게는 없는 종류의 장난감이었다. 내담인은 집에 다른 누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안방 문이 아주 조금 열려 있었고 안쪽은 어두운 집보다 어두웠다. 누가 있어? 아, 엄마. 그래?

내담인이 친구의 집을 떠날 때까지도 친구의 어머니는 볼 수 없었다. 내담인이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을 때 안방 문은 조금 더 열린 것 같았다. 내담인은 그 사이로 친구의 어머니를 본 것 같았다. 내담인은 감히 알은체하지 못했다. 내담인은 친구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문틈으로 보인 친구의 어머니는 몸을 비틀고 있었다.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아니면 펴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뭔가를 말하려는 듯이. 내담인은 모든 게 무서워져서 황급히 친구의 집에서 나왔다.

내담인이 학교에 간 뒤부터는 그 친구와 만날 수 없었다. 내담인은 이 이야기를 꼭, 반드시 기억하라고, 죽는 한이 있어도 잊지 말라고 했다. 죽은 다음까지도 기억하라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자신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그로부터 영혼이 언제나 둘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