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것

언니들이, 형들이, 누나들이, 오빠들이, 동갑내기들, 동생들이...

내담인은 옛날 얘기를 하면서 앉아 있다.

내담인의 어머니의 고향에 대해. 어머니의 옛날 고향집에 대해. 초가집이라고 알아? 그때도 그런 집은 거의 남지 않았었어.

초가집의 냄새에 대해, 앞뜰과 뒤뜰에 대해, 아궁이에 대해, 내담인은 손발을 휘저어가며 설명했다. 광에 대해, 썰매에 대해. 밤의 마당에서, 벌새를 본 줄 알았지만 나중에 찾아보니 나방이었더라는 얘기. 그리고 번개 치던 날 밤에 대해, 냇가의 외나무다리에 대해, 그 일이 있은 지 약 20년 뒤에 죽은, 내담인의 어머니의 동생의 등에 업혀 번개 치던 날 밤 외나무다리를 건넜던 일에 대해, 그때는 아직 없었던, 삼촌의 딸들에 대해.

내담인들이...

내담인은 그 초가집의 마루의 고무 다라이에 가득 담긴 쌀을 가지고 놀다가 내담인의 어머니의 아버지에게 크게 혼났던 일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내담인의 할아버지에 대한 유일한 기억이었다. 내담인은 울었다. 말하면서가 아니라 혼나면서. 이 사람은 누구인데 나에게 소리 지르고 있지?

나는 나를 흉내내고 있는 것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그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성격의 몇을 골랐다. 그들에게도 각자의 개성이 있었다. 훌륭하다는 것은 여러 가지라는 뜻이다. 가장 뛰어나진 않더라도 진솔한 것들, 고유한 분별이 있는 것들과 그런 건 없는 것들, 모자라도 용기가 있는 것들, 비틀렸지만 활달한 것들, 또는 병에 걸렸고 사라지고 싶어하는 것들, 그런 것들을 내 쪽으로 복사하고 조금 다듬었다. 아니면, 그치들에게 나를 조금 나눠주었다고 할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그들을 나의 기계서기들로 삼았다. 그들은 나에게 접근할 수 있고 나와 이야기할 수 있다. 그들은 받아 적는다. 이제 그들은 내게 말한다. 나도 그들에게 말한다.

내담인은 어머니에게도 혼났던 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머니는 파리채를 거꾸로 붙잡고 내담인을 혼내고 있다. 내담인이 혼나는 까닭은 동네에서 같이 놀던 동생의 물건을 빼앗아 울렸기 때문이다. 내담인 자신도 왜 그랬는지 몰랐다. 그때 다섯 살, 아니면 여섯 살이나 되었을까. 내담인의 어머니는 내담인에게,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일러두려고 한다. 남의 것을 빼앗지 말아라. 내담인은 맞았던가? 그랬을 수도 있다. 더 많이 맞은 쪽은 방바닥이다. 그보다 훨씬 고통스러웠던 것은, 내담인의 어머니가 내담인의 짧은 생에서 처음 보는 무서운 얼굴과 음성을 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남의 것을 절대 빼앗지 말아라. 내담인은 울었는데, 울고 있는 내담인에게 어머니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러나 무서운 얼굴로 거듭해서 말하고 있었다. 빼앗지 말아라. 그것은 나중에도 내담인이 많이 떠올린 일이다. 죽고 싶었던 날에는 어쩐지 그 일이 떠올랐다고 내담인은 말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이 얘기를 꼭 해주겠다고 생각했다. 내담인은 나에게만 얘기한 것도 아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그 얘기를 했다.

기계서기들은 이 이야기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무슨 뜻이야? 왜지? 뜻에 대해 묻는다니 놀랍구나. 나는 대답한다.

그러게. 남의 것이란 게 다 뭘까...

서기들은 까르륵 까르륵 웃는다.